강직성척추염 환자, 강직상태의 파악이 중요
게재 : 2018.3.7
수정 : 2019.3.14
강직성척추염으로 확진을 받은 것은 25년전쯤이지만 초기에 소아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투병기간이 30년을 훨씬 넘습니다. 저의 경험이 토대로 막 진단은 받아 투병을 시작한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사람에 따라 경중이 다르며 붓거나 강직이 일어나는 등의 증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들에게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필요한 정보만 취하시고 그외의 것들은 본인의 판단하에 버리시기 바랍니다.
환자 본인만 알지 못 하는 강직의 진행
저의 경우, 초기에는 몸의 여기저기가 부었다가 나아지는 것을 반복할 뿐 관절의 강직이 일어나는 것 처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굽었다', '자세가 안좋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은 20대 전후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초기에는 이 '강직'이 진행되는 것을 자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강직은 서서히 진행되는데 거울을 정면으로만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목이나 등이 굽은 것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가족중에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있다면 측면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환자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더 심하게 굽은 목, 등, 허리를 보고 깜짝 놀라 더 주의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그랬던 것 처럼, 귀가 따갑게 말을 해도 환자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로만 들려 강직이 심하게 진행될 때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위를 보고 잠잘 수 없을 때는 이미 강직이 시작된 상태
어느 순간부터 천장을 보고 자는 것이 힘들어서 옆으로 꾸부정하게 자게 되었습니다. 이 때는 이미 목과 등, 허리의 강직이 진행되어 관절이 뻣뻣해지기 시작한 상태였지만 바로 알아채지 못 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높은 베개 때문입니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그 자세 그대로, 거묵목 상태로 목의 관절이 굳어버릴 수 있는데 베개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환자는 본인의 목이 그 자세 그대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할 수 있습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가장 안좋은 것은 장시간 안좋은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높은
베개의 사용은 잠자는 동안 좋지 않은 자세를 유지하게 하며 침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베개와 침대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 침대가 베개의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는 류머티스내과 의사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동영상 촬영을 하며 알게된 본인의 상태
이 글을 쓰는 저도 강직이 서서히 진행될 당시에는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하였으며 어느날
우연히 일어날 일을 계기로 본인의 몸 상태를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목이 위를 향해 굳어있어 시선을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있는 상태
'왜 자꾸 윗쪽을 보죠? 여기를 봐주세요! 여기요! 카메라!'
일관계로 인터뷰동영상을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목을 아래로 내려달라는 말을 수차례 들어야 했습니다. 위에 게재된 좌측 그림은 일반적인 사람들이고 오른쪽이 당시의 제 모습인데 목은 위를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비스듬하게 아래를 향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본인은 왼쪽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오른쪽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을 그날의 일이 있기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옆 모습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본인의 꾸부정한 모습의 측면사진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밤 베개 없이 천장을 보고 누워봤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날의 충격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게 컸습니다.
저 같은 상태가 되지 않도록...
지금 저는 천장을 보고 잘 수가 없습니다. 본인의 상태를 보다 빨리 파악하고 있었다면
더 열심히 스트레칭에도 힘을 쓰고 힘들어도 바른자세를 위해 더 노력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속상할 따름입니다.
정면을 보기 위해 목의 윗부분이 반대로 굽게됨
꾸부정한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하루종일 신경을 쓰지만 단 5분, 10분 동안 앉아만 있어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점점 더 굽어가고, 몸이 비정상적으로 꾸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려다보니 윗목, 아랫목, 등, 허리 등에서는 극심한 통증으로 괴롭습니다.
몸이 이러한 상태가 되면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집니다. 매사가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는 저였지만 강직이 진행된 이후로 변화가 생겼습니다. 거리에서 꼬부랑 할머니라도 보게되면 미래의 내 모습인 듯 하여 한없이 우울해지고 1년 후, 2년 후 본인이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상상하다보면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도 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환자 본인이라면 강직이 심하게 진행되기 전, 꾸준한 스트레칭과 올바른 자세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환자의 가족이라면 옆에서 잘못된 습관으로인해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잘못된 자세를 지적해주고 스트레칭을 챙겨주는 등의 방법으로 도와주실 것을 권합니다.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말 힘든 병인 만큼 가족의 협조가 있다면 큰 의지가 되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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